한국을 포함해 세계 65개 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 적외선과 엑스선, 감마선 등 다양한 파장 영역에서 촬영한 블랙홀 모습을 공개했다.
국제 프로젝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처녀자리 은하 중심에 있는 M87 블랙홀을 적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여러 파장으로 관측해 만든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공개한 편광 영상에 이어 총체적인 결과를 담고 있어 M87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초대질량블랙홀은 질량이 태양 질량의 수십만~수십억 배에 이르는 블랙홀이다.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한가운데에 있는 블랙홀로 질량이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이른다. EHT 연구팀은 2017년 전 세계 8곳에 있는 전파망원경으로 M87 블랙홀을 최초 관측했고 2019년 4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그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지난달 24일에는 M87 블랙홀 주변에서 포착한 편광 영상을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회보에 실었다. 편광은 한쪽으로만 진행하는 전자기파로 모든 방향으로 진행하는 빛이 자기장에 영향을 받을 때 형성된다. 즉 편광을 통해 자기장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EHT연구팀은 2017년 3월부터 약 한 달간 전 세계 연구기관 200여 개, 연구자 약 760명이 전파망원경, 감마선망원경 등으로 동시에 관측한 데이터를 수집해 영상을 만들었다. 관측에 쓰인 모든 망원경의 가동 시간을 합하면 300년에 달한다.
데이터에는 파장 범위로 보면 길게는 밀리미터(mm) 대역부터 짧게는 X선과 감마선 대역까지 포함된다. 연구팀은 이번 영상을 분석해 M87 블랙홀의 형태와 블랙홀이 고에너지 물질을 유입·분출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강착원반과 제트를 포착했다. 또 이번 분석 결과를 통해 2017년 관측했을 당시 M87 블랙홀의 활동성이 낮아 물질의 유입·분출이 적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EHT 연구팀 중 한국에서는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재영 천문연 선임연구원 등 총 10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번 분석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보유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으로 얻은 M87 블랙홀의 밀리미터 대역 데이터가 포함됐다.
연구에 참여한 김재영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다파장 동시 관측 시스템을 갖춘 KVN 성능 덕분에 짧은 기간 동안 방대한 주파수 대역의 M87 관측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올해 강원도 평창에 구축되는 KVN 네 번째 전파망원경으로 KVN의 간섭계 성능이 더욱 향상될 것을 기대하며 향후 블랙홀 후속 연구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EHT 국내팀을 이끌고 있는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편광 영상이 자기장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였다면 이번 영상은 다양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M87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 인터넷판 4월 14일자에 실렸다. EHT 연구팀의 관측 데이터는 온라인(https://doi.org/10.25739/mhh2-cw46)을 통해 전 세계 누구나 자유롭게 자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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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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