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그리니치천문대 ‘2021 천문사진’ 수상작 발표
대상 ‘금반지’. 영국 왕립그리니치천문대(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영국 왕립그리니치천문대가 주최하는 ‘2021 올해의 천문 사진’ 수상작이 발표됐다. 13회를 맞은 올해의 공모전에는 전 세계 75개국에서 4500편 이상의 작품이 출품돼 경쟁을 벌였다. 대상은 2020년 6월21일 티베트 알리 지역에서 촬영한 금환일식 ‘금반지’ 사진이 차지했다. 태양 부문 수상 작품이기도 하다. 금환일식이란 달이 태양을 가릴 때, 드물게 가장자리 부분만을 남겨 태양이 반지 형상으로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곳은 거의 일년 내내 날씨가 화창한 곳이지만, 당시 금환일식을 앞두고는 먹구름이 끼었다고 한다. 사진작가 슈창 동은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운 좋게도 금환일식이 일어나기 직전에 햇빛이 구름을 뚫고 나왔다”며 “이후 태양은 다시 두터운 구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고 말했다. 심사진은 과학과 예술, 기술적 독창성이 잘 어우러진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심사위원 스티브 마시는 “손이 하늘까지 가 닿아 고리를 손가락에 낄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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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처럼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오로라
오로라 부문 1위 ‘극광의 춤’.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태양과 지구 자기장의 합작품인 오로라 부문에선 러시아 카라해협 인근에서 찍은 ‘극광의 춤’이 우승을 차지했다. 작가 드미트리 리발카는 “3등 항해사로 선박 함교에서 밤바다를 지켜보던 중 하늘에서 뱀처럼 다가오는 조그마한 밝은색 띠를 발견하고는 사냥감을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촬영 위치를 잡고 기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분이 지나자 하늘이 어둠 속에서 춤추며 반짝이는 밝은 녹색광으로 가득찼다”고 덧붙였다. 심사진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선박에서 아무런 인간 생명체의 낌새도 보이지 않는 것이 마치 공상과학(SF) 영화의 시작 장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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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걸쳐 우윳빛 고리로 완성된 은하수
은하 부문 1위 ‘우윳빛 고리’.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은하계 부문 1위는 중국 북서부 쓰촨과 칭하이, 뉴질랜드 남섬의 푸카키호수 지역에서 촬영한 은하수 사진들을 합성해 완성한 ‘우윳빛 고리’에 돌아갔다. 작가는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며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수의 360도 모자이크 사진을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심사진은 “이 사진을 완성하기 위해 2년이란 세월을 쏟아부은 작가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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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우주선에 탄 듯…달 위의 초승달 금성
달 부문 1위 ‘사지 너머’.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달 부문에서는 프랑스 파리 인근(Forges-les-Bains)에서 촬영한 ‘사지 너머’가 우승을 차지했다. 달에 간 아폴로 우주선이 달 상공에서 찍은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는 2020년 6월19일 낮에 지구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달 지평선 위에 뜬 초승달 모양의 금성이다. 금성이 달에 가려지기 직전에 찍었다.
‘사람과 우주’ 부문 1위 ‘봉쇄’.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사람과 우주’ 부문에선 코로나19의 멈춤 상황을 상징하는 ‘봉쇄’가 1위를 차지했다. 작가는 “내 사진에 관심이 많은 6살 딸아이가 내가 작업 준비를 하는 동안, 문 앞에 앉아서 자신의 인형 맥스에게 하늘에 하나씩 나타나는 별들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 벨리사 브로비는 “사방 벽에 갇힌 채 희망을 품고 창문 밖을 골똘하게 응시하는 이 사진은 팬데믹 기간 중 우리가 집단적으로 경험한 것을 아름답게 담아낸 스냅샷이라는 점에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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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가 만든 완벽한 유성우 쇼
행성, 혜성, 소행성 부문 1위 ‘화려한 사분의자리유성우’.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행성, 혜성, 소행성 부문의 우승은 1월에 촬영한 ‘화려한 사분의자리유성우(Quadrantid meteor)’에 돌아갔다. 작가는 애초 유성이 아닌 은하와 성운을 촬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자자리 별자리의 은하를 찍기 위한 사진 장비 설정을 마쳤을 때, 밝은 녹색 유성들이 지구 대기로 떨어지며 펼치는 밤하늘 쇼에 잠시 넋을 잃었다고 한다. 작가는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를 확인해보니 실수로 설정이 잘못돼 별자리가 아닌 유성이 완벽한 구도로 담겨 있었다”며 “실수가 만든 행복한 사고”였다고 말했다.
하늘풍경 부문 1위 ‘달과 모래언덕’.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하늘풍경 부문에선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국립공원에서 촬영한 ‘달과 사구’이 우승을 차지했다.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과 물결치는 듯한 모래언덕(사구),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광야가 어우러진 사진이다. 작가는 “모래언덕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얻어낸 장면”이라며 “사진 장비를 설치하는 사이에 붉은 노을이 푸른색 땅거미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별과 성운 부문 1위 ‘캘리포니아의 꿈’.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별과 성운’ 부문에선 미국 콜로라도 화이트워터에서 찍은 캘리포니아성운(NGC 1499)의 사진 ‘캘리포니아의 꿈’이 1위를 차지했다. 캘리포니아성운은 지구로부터 1000광년 거리의 페르세우스자리에 있다. 7일 밤 동안 16.1시간을 촬영해 얻은 사진이다.
젊은 작가 부문 1위 ‘태양계 가족’.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16세 미만이 참가할 수 있는 젊은 천체사진작가 부문에선 중국 남동부의 푸젠성 용타이에서 촬영한 ‘태양계 가족’이 1위를 차지했다. 천체사진 1년 경력의 올해 15살 어린 작가가 2020년 8월14일부터 2021년 1월21일에 걸쳐 찍은 사진이다.
신인 부문 1위 ‘달을 지나가는 팰컨9’.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2년 미만 경력자가 참가할 수 있는 신인 작가 부문에선 ‘달을 지나가는 팰컨9’이 차지했다.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가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쏘아올린 팰컨9 로켓이 궤도를 향해 올라가는 장면이다.
이미지 혁신 부문 공동1위 ‘천체 균열’.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이미지 혁신 부문 공동1위 ‘구름낀 목성의 어느날’. Royal Observatory Greenwich 제공
연구용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을 재구성해 경쟁하는 이미지혁신 부문에선 토성 탐사선 카시니의 사진을 조합한 ‘천체 균열’과 목성의 구름을 포착한 ‘구름낀 목성의 어느날’이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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