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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떠도는 행성처럼…공간을 유영하는 원 - 매일경제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세계를 더욱 폭넓게 확인할 수 있는 구아슈·잉크로 그린 작품들이 처음 공개됐다. [사진 제공 = 페이스갤러리 서울]
사진설명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세계를 더욱 폭넓게 확인할 수 있는 구아슈·잉크로 그린 작품들이 처음 공개됐다. [사진 제공 = 페이스갤러리 서울]
옅은 회색과 노란빛 몽환적 바탕에 대비되는 다채로운 색깔의 원들과 검정 초승달 모양을 담은 유화 'The Black Moon'(1964년). 파란색 윤곽선과 원형을 통해 캔버스 너머 3차원적 요소를 암시하는 듯 커다랗고 하얀 구가 돋보인다. 구상 같으면서도 정형화되지 않아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이 그림은 최근 민간인들이 우주여행을 시작한 '우주 시대'를 예견한 것만 같다.

미술 교과서 단골 작가인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작품 세계를 다채롭게 보여주는 소규모 개인전 '칼더'전이 내달 20일까지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국내에서 상업 화랑 판매도 겸한 전시는 오랜만이다.

올해 6월 서울점을 한남동 르베이지 건물로 확장 이전한 페이스갤러리가 칼더재단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칼더의 종이 그림 4점을 포함해 총 9점의 회화와 조각 7점을 전시했다.


칼더는 '모빌(움직이는 조각)'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결국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의 길을 열어 로봇 시대와 연결되는 조형예술가로도 풀이된다. 어릴 때부터 말, 강아지 등 동물을 좋아하던 미국 꼬마는 1926년 파리로 건너가 직접 철사를 구부리고 비틀어 3차원적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조형 기법을 고안했다. 결정적 순간은 1930년 10월 방문한 추상회화의 선구자 피터르 몬드리안의 스튜디오 방문이었다. 이곳에서 신선한 영감을 받은 그는 유화로 추상화를 그려 보다가, 추상적 요소를 천장에 매달아 균형을 맞추며 조화롭게 움직이는 모빌로 발전시켰다. 모빌은 프랑스어로 '움직임'과 '동기'를 뜻하는데 1931년 그와 교류하던 또 다른 예술가 마르셀 뒤샹이 지어준 이름이다. 초기 모빌에는 모터를 달아 움직이는 것도 있었지만 이내 기류나 빛,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반응해 움직이는 모빌에 몰두했다. 또 움직이지 않는 추상 조각도 만들어 친구 장 아르프가 스태빌(Stabile)로 명명했다.

이번 전시장에는 금속과 철사로 제작한 대표적 모빌 1969년작 'Untitled(무제)'와 1963년 작품 'Untitled(무제)', 워싱턴DC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외관에 설치된 높이 약 10m 대형조각(스태빌)의 모형인 'Les Aretes de poisson'(1965)도 있다. 전시 말미 칼더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에미상 수상작답게 볼 만하다. 다만, 모빌의 묘미는 바람이나 외부 자극에 미묘하게 흔들리는 것인데 워낙 고가 작품이다 보니 실내에 갇혀 움직임을 포착하기 힘든 점이 아쉽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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