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타의 궤적은 PSP 황혼기인 2012년 발매된 또 하나의 '궤적' 게임으로, 궤적이라는 이름은 달고 있지만, 당시에 인기를 끌고 있었던 하늘의 궤적 시리즈와 제로의 궤적, 벽의 궤적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외전이며, 장르 자체도 정통 JRPG인 본가 시리즈와 달리 이질적인 ARPG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궤적 시리즈의 기본적인 세계관을 이어받았기 때문에(단위나 아이템 등), 어떻게 보면 암암리에 '도쿄의 궤적'이라 부르는 도쿄 재너두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판매량 면에서 의외로 성공을 거둔 것도 비슷하고. 지금이야 궤적 본가 시리즈 자체의 세계관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감당이 안 될 수준이 되었지만, 이 당시에는 궤적 시리즈를 확장시키기 위한 시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어쨌든 이 게임은 팔콤의 인기 시리즈들 특성을 모두 때려 넣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세계관은 이름에도 적혀 있듯이 궤적 시리즈의 그것이며, 궤적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 생생한 NPC들을 볼 수 있다. 또, 스테이지로 구성된 던전들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퍼즐 풀이는 이스의 하이스피드 액션, 그리고 또 하나의 인기 시리즈인 쯔바이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이 좋은 재료들로 만들어 낸 요리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생각보다는 맛있는데, 들어간 재료에 비하면 좀 평범한 느낌". 분명히 맛있는 요리지만, 재료를 생각하면 어딘가 아쉽다.
현재까지 발매된 Kai 버전 게임 중 가장 이상적인 발전
나유타의 궤적은 10여 년 전에 PSP로 발매된 게임이라, 지금 보면 캐릭터의 모델링이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Kai 버전은 그래픽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는데, 지금까지 나왔던 Kai 시리즈 중 가장 이상적으로 개선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4K 60FPS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깔끔한 배경, SD 캐릭터들의 선명한 모델링과 다채로운 표정이 이벤트에 생동감을 준다. 거기에 PSP 시절 기껏 훌륭한 일러스트를 그려 놓고 인 게임에서는 사용하지 않아 불만이 많았던 게임인데, 이번에는 이벤트에 새로 그린 신규 일러스트를 대량으로 투입해 팔콤 게임의 강점을 확실하게 살리고 있다. 항상 높은 평을 받는 팔콤의 음악도 고음질로 들려와 플레이하는 내내 귀가 즐겁다. 그야말로 환골탈태. 특히, 발매와 동시에 이루어질 데이원 패치로 1.01 버전이 되면 고해상도 텍스처가 추가되며, 한층 더 깔끔하고 디테일해진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다.
나유타의 궤적: Kai의 일반(왼쪽) 및 고해상도(오른쪽) 텍스처 비교샷
Kai 버전의 특징 중 하나인 하이스피드 모드도 당연히 사용할 수 있어, 마을 내에서의 이동이나 던전 내에서 다시 돌아가야 할 때 등에 사용하면 게임을 훨씬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Kai 버전 중에서 가장 발전이 눈에 띄는 게임인데(실제로도 PSVita로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셀세타의 수해의 Kai 버전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차원이 다르다), 앞으로도 예전 게임들을 리마스터로 발매할 때는 이 게임이 기준이 될 것 같다.
다양한 퍼즐과 기믹으로 구성된 즐거운 스테이지와 대조되는 지루한 보스전
게임은 나유타의 집이 있는 남겨진 섬과, 던전들로 구성된 테라를 오가며 진행된다. 테라의 던전들은 스테이지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각 스테이지는 액션으로 진행되고 다양한 퍼즐들이 기다리고 있다.
스테이지에는 각각 미션이 설정되어 있으며(10번 이상 공격받지 않고 클리어 등의 미션과, 커다란 결정석 3개 파괴, 상자 회수 등의 기본 미션이 설정되어 있다), 스테이지를 공략하며 해당 미션을 수행하는데 성공하면 별을 획득할 수 있다. 각 스테이지별로 3개의 별이 존재하며, 이 별들을 모아 도장을 찍으면 스승님에게서 새로운 전투 기술(공격 기술, 가드 등)을 배울 수 있다. 초반에는 갈 수 없는 곳들도 있어서 새로운 기술을 얻은 후에 와야 하는 곳도 있다. 각 스테이지는 스토리 진행에 따라 계절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되는데, 계절이 바뀌면 전혀 다른 스테이지로 변화하기도 한다(이를 이용해 진행하는 퀘스트도 존재한다).
게임을 진행하면 파트너인 노이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나면서 스테이지 내의 기믹도 다양해지며, 단단한 물체를 파괴하는 기어 버스터, 이동 기술인 기어 드라이브 등 크래프트를 얻어야 통과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물체를 밀어 길을 만드는 등의 기본적인 퍼즐과, 무너지는 바닥, 가시 바닥 등의 트랩도 존재해 다채로운 액션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점프 액션과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 액션의 비중이 꽤 높고, 적들의 공격이 꽤 강하기 때문에 액션에 약한 사람은 조금 고생할 수도 있다.
스테이지는 기본적으로 다회 플레이가 전제이기에 그렇게 길지 않고 스피디하게 진행이 가능하며, 퍼즐도 아주 어려운 편은 아니다. 다만 각 대륙의 마지막에 존재하는 대형 보스들은 장기전을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서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된다. 보스들은 패턴이 굉장히 다양한데 공격할 기회가 한정적인 경우가 많고, 중간중간 쓸데없는 연출이 들어가면서 흐름이 끊어진다. 다양한 연출을 시도한 것 자체는 좋지만, 밸런스 조절에 약간은 실패한 느낌.
ARPG로서는 충분하고도 남을 볼륨
위에서 말한 것처럼, 스테이지에 설정된 미션을 모두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별을 모두 모아야 하는데, 한 번의 플레이로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여러 번 플레이해야 한다. 게임 자체의 플레이 타임도 2~30시간 정도로 ARPG로서는 꽤 긴 편인데, 박물관 등의 모으기 요소와 2회 차 플레이 시의 추가 퀘스트 등도 준비되어 있어서 볼륨은 충실한 편이다.
여전히 아쉬운 번역 문제
이번에도 문장 종결 어미를 아무 때나 ‘~라고’, ‘~다고’ 등을 쓰는 문제는 여전하다(서브 컬처 전반에 걸쳐서 지겹도록 사용되는데, 대체 무슨 매력이 있는 건지 이젠 궁금할 지경이다). 또, 캐릭터들의 성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투가 사용되기도 하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오역이나 반말과 존댓말이 뒤섞이는 경우 등도 보인다. 어딘가 모르게 급하게 진행된 것 같은 느낌까지 받게 될 정도. 굉장히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는
게임의 스토리 자체는 속편의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단순한 외전으로 끝나는 것으로 보였는데, 섬의 궤적Ⅳ가 등장한 이후에는 이 게임의 설정과 연결되는 듯한 것들이 조금씩 나오면서 약간은 연관이 있지 않을까…하는 이야기들이 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나유타와 토와의 성이 같다거나, 이 게임의 ‘끝’이 있는 세계 등이 섬의 궤적의 중요한 개념과 어우러지면서(자세히 들어가면 섬의 궤적Ⅳ의 스포일러가 된다) 엮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엮을 수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이뤄질지 모르기에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본가에 어떤 형식으로든 관여하게 된다면 이 게임의 속편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2012년 PSP로 발매되었던 궤적 시리즈의 외전격인 작품. 궤적 시리즈다운 스토리 전개 및 NPC들의 개성, 이스 시리즈 같은 하이스피드 배틀을 즐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 게임이다. 스테이지로 구성된 던전은 다채로운 퍼즐과 기믹을 보여주며, kai 버전으로 리마스터되어 한층 발전된 비주얼과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좁은 세계로 인한 스토리의 볼륨감 부족과, 한국어판의 번역 문제가 아쉬웠다. 팔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선택해도 후회 없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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