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일점 수성 절반도 안 돼…소행성 중 가장 짧은 113일 궤도주기 가져
태양계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행성인 수성보다도 태양에 더 근접하는 소행성이 관측됐다.
지름이 1㎞ 정도인 이 소행성은 태양에 약 2천만㎞까지 접근한다. 이는 수성의 근일점(近日點) 4천600만㎞의 절반이 채 안 되는 거리다.
타원형 궤도를 가져 태양을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113일로 수성(88일)보다 길다.
미국 국립 광학·적외선 천문학연구실(NOIRLab)에 따르면 '2021 PH27'로 명명된 이 소행성은 카네기과학연구소의 스콧 셰퍼드 교수가 칠레 '세로 토롤로 범미주 천문대'(CTIO)의 직경 4m 빅터 M. 블랑코 망원경에 장착된 암흑에너지카메라(DECam)로 수집한 자료에서 찾아냈다.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암흑에너지 연구를 위해 개발된 DECam은 570 메가픽셀의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는데, 지난 13일 일몰 직후 하늘에서 이 소행성을 처음 포착했다. 이후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의 마젤란망원경과 라스 쿰브레스 천문대 망원경에도 잡혀 구체적 분석이 이뤄지게 됐다.
연구팀은 2021 PH27이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근일점 때 표면 온도가 납도 녹일 수 있는 섭씨 500도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타원 궤도 장축 길이의 절반을 나타내는 궤도 장반경이 7천만㎞로 수성과 금성을 넘어서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소행성 중에서는 가장 짧은 것으로 기록됐다.
지구 궤도 안쪽에만 있는 이른바 '아티라(Atira) 소행성'은 태양 빛에 가려있어 관측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몰 직후나 동트기 전 어스름한 빛에서만 제한적으로 관측이 가능해 지금까지 20개만 파악돼 있다.
셰퍼드 교수는 "지구 궤도 안쪽의 소행성에 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은 낮에 지구로 다가와 쉽게 발견되지 않는 천체를 포함해 지구 근접 소행성을 완전히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 PH27의 궤도는 장기간에 걸쳐 불안정해 궁극에는 수성이나 금성, 태양과 충돌하거나 내행성의 중력 영향으로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이 소행성은 원래 화성과 목성 사이에 소행성이 밀집해 있는 '주소행성대'(main asteroid belt)에서 형성된 뒤 내행성의 중력 교란으로 현재의 위치로 오게 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궤도 경사가 32도에 달해 태양계 밖에서 온 혜성이 암석형 행성을 지나다 단주기 궤도를 갖게 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혜성이라도 휘발성 물질이 모두 날아가고 암석이나 자갈 더미만 남은 사멸 혜성은 특유의 꼬리나 코마 없이 소행성처럼 보일 수 있다.
2021 PH27의 기원은 추가 관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현재는 태양 뒤로 들어선 상태라 내년 초에나 관측이 재개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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