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관련 이미지/사진=포스텍 |
포항공과대 화학과 김경환 교수팀, 스웨덴 스톡홀름대 앤더스 닐슨 교수팀으로 이뤄진 국제공동연구팀이 영하 70℃의 얼지 않은 무거운 물을 만들고, 이 물이 가벼운 물로 바뀌는 과정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물이 원래 무거운 물과 가벼운 물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의 직접적 증거가 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는다.
물의 성질에 대한 다양한 가설 중,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은 극도로 냉각된 조건 아래에서는 물이 무거운 물과 가벼운 물로 나뉘며 두 물 사이에서 상태가 변화한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영하 43℃ 이하의 얼지 않은 물을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로 오랫동안 여겨져 왔다.
3년 전 이미 영하 46℃의 얼지 않은 물을 측정한 연구결과를 같은 국제학술지를 통해 발표한 바 있는 연구팀은 이를 더 발전시켜 영하 70℃에서도 얼지 않은 상태의 물을 만드는 실험에 도전했다.
먼저, 영하 160℃의 고밀도-비정질 얼음(HDA)을 만든 연구팀은 이 얼음을 강력한 레이저로 순간적으로 가열해 영하 70℃의 무거운 물을 만들어냈다. 이 물은 찰나의 순간에만 존재하는 물로, 이 물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극도로 밝으면서, 찰나보다 빠른 빛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런 조건을 갖추어 ‘꿈의 빛’으로 불리는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에서 나오는 X선을 활용, 영하 70℃의 얼지 않은 물을 순간적으로 측정했다. 그리고 이 무거운 물이 가벼운 물로 상변이를 일으키는 과정을 관측했다.
이 연구 결과는 물이 원래 무거운 물과 가벼운 물, 두 가지의 액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다. 이와 관련된 물의 여러 특성들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물이 왜 생명현상에 반드시 필요하고, 적합한 존재인가를 근원적으로 이해하는 중요 단서로 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김경환 포항공대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물의 비밀에 도전해온 세계 연구자들의 오랜 논쟁을 해소해 줄 중요한 연구결과”라며 “물이 가진 변칙적인 특성을 이해해 물과 생명의 미스테리를 푸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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