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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인내, 미래를 위한 키워드[오늘과 내일/김희균] - 동아일보

퍼시비어런스 ‘터치다운’의 자양분
우리 미래세대에도 여건 갖춰줘야
김희균 문화부장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 보내는 탐사 로버(이동형 탐사로봇)들의 이름은 미국 초중고교생이 짓는다. 1997년 첫발을 디딘 소저너부터 지난주 터치다운에 성공한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까지 모두 그렇다. 미국은 미래 세대가 우주에 호기심과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름을 공모해왔다. 미국 곳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바라는 이름과 그 이름이 담은 의미를 고심해 ‘로버의 이름’이라는 에세이 콘테스트에 제출한다. 내가 지은 이름이 로버에 새겨져 우주로 솟구치는 꿈을 꾸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화성 탐사에 도전한 아랍에미리트(UAE)도 10일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을 궤도에 안착시켰다. 석유자원만으로도 충분히 부유한 UAE는 화상 탐사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로 ‘미래 세대에게 도전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를 들었다.

호기심과 도전 정신은 인류 진보의 핵심 동력이었다. 퍼시비어런스에 앞서 2012년 화성에 간 탐사 로버의 이름이 큐리오시티(curiocity·호기심)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호기심과 도전만으로는 역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또 다른 동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이름 공모에는 약 2만8000건이 접수됐다. 후보로 압축된 이름 9개 중 3개가 역경에 굴하지 않고 견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듀어런스(Endurance), 테너시티(Tenacity), 퍼시비어런스가 그것이다. 이 중 퍼시비어런스라는 이름을 제출해 최종 선택을 받은 중학생 알렉산더 매더의 말은 ‘또 다른 동력’이 무엇인지 잘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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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오시티, 인사이트(통찰력), 스피릿(정신), 오퍼튜니티(기회). 이전 화성 탐사 로버들의 이름은 인간이 가진 역량들이다. 우리는 항상 호기심을 갖고 기회를 찾는다. 달과 화성, 그리고 그 너머까지 탐색하려는 정신과 통찰력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걸 놓쳤다. 바로 인내다. 인류는 어떤 혹독한 상황도 견딜 수 있도록 발전해왔다. 화성으로 가는 길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늘 미래를 향해 인내하며 나아갈 것이다.” 호기심과 도전 정신이 실체로 이어지려면 지난한 인내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성취하려는 꿈이 클수록 인내의 강도도 세기 마련이다. 퍼시비어런스가 204일 동안 4억6800km를 날아 화성 대기권에 진입한 뒤 1300도의 고온을 견디며 마침내 화성 표면에 내려앉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호기심이나 인내의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건 아니다. 가령 매일 밤 화성에 가는 꿈을 꿀 정도로 우주와 사랑에 빠진 어린이라도 미국 초중고교생이 아닌 이상 NASA에 로버 이름을 낼 수 없다. 도전할 만한 대상이 얼마나 펼쳐져 있는가, 이를 위해 인내를 발휘할 여건이 얼마나 뒷받침되는가는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가르는 큰 변수다. 플러스를 위한 인내의 기회라면 고통이 아니라 축복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마이너스 상황을 겨우 견디는, 인내가 아닌 인고를 겪는 청춘이 적지 않다. 미래 세대가 성취를 위한 도전과 인내를 거쳐 ‘터치다운’을 외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시급한 과제다.

UAE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이끈 사라 빈트 유세프 알 아미리 첨단과학기술부 장관(34)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열두 살 때 은하수를 보며 처음 우주 탐사를 상상했을 때만 해도 UAE에서는 꿈에 불과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며 “나는 화상 탐사선을 발사했지만 내 아이들은 목성 탐사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부러운 이유다.

김희균 문화부장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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