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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문제 많은데 왜 우주에 많은 예산을 쓰느냐 질문에… - 매일경제 - 매일경제


"우주를 포함한 과학 연구에는 승수효과가 존재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아내이자 그의 `영원한 동료` 앤 드루얀(Ann Druyan) 코스모스 스튜디오 CEO는 제30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 앞서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빈부격차 등 문제가 많은데 왜 우주에 많은 예산을 쓰냐는 질문을 받지만 과학 투자는 사회에 되돌려주는 것이 막대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비욘드 그래비티(Beyond Gravity), 항공우주 강국을 향한 비상(飛上)`을 주제로 열리는 국민보고대회는 오는 17일 오전 서울신라호텔에서 진행되며, 네이버 모바일앱의 매일경제 채널에서 생중계로 만날 수 있다.

칼 세이건이 쓴 책 `코스모스`는 1980년 출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과학 서적으로 꼽힌다. 책을 바탕으로 제작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프로듀서 겸 작가가 바로 드루얀 CEO다.

그는 우주 연구의 핵심이 우주 앞에서 인간의 겸손함과 호기심을 유지하고, 지구를 미래 세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과학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같은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친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앤 드루얀 코스모스 스튜디오 CEO가 제30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 `비욘드 그래비티` 프로젝트 팀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설명앤 드루얀 코스모스 스튜디오 CEO가 제30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 `비욘드 그래비티` 프로젝트 팀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드루얀 CEO는 "우주 탐사 활동은 인류와 지구를 더 잘 알고 보존하게 해줄뿐 아니라 의도치 않게 수많은 부산물이 우리에게 혜택을 가져다 준다"면서 "과학계와 산업계, 정부간 활발한 소통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열린 자세로 수용하고 과학 탐구 기회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칼 세이건과 드루얀 CEO의 `코스모스`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코스모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1980년 60개국에서 7억명 넘게 시청했고, 2014년 시즌2와 2019년 시즌3까지 방영됐다. 지난해에는 `코스모스` 책 출간 40년 만에 앤 드루얀이 저술한 후속작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이 출간됐다.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을 보이저 성간 메시지 프로젝트에서 처음 만나 결혼까지 했다. 태양계 바깥으로 나간 보이저 1·2호 탐사선이 마주칠지 모를 지적 외계생명체에게 인류 문명을 소개하는 `황금 레코드`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칼 세이건은 과학연구 차원에선 쓸모 없는 작업이지만 보이저 탐사선의 카메라로 멀리서 지구 사진을 찍어보자고 NASA에 제안했고, 끝내 해왕성 궤도 근처에서 보이저 1호가 지구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다. 그 결과 남은 사진이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이는 지구의 모습이다. `창백한 푸른 점` 사진 이후 칼 세이건은 생전에 직접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드루얀 CEO는 칼 세이건의 뜻을 계승한 가장 대표적인 인물 답게 한국인들에게도 우주를 통해 우리 자신과 지구를 더 잘 돌볼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주적 관점은 우리 모두가 창백한 푸른 점에 타고 있다는 진실을 일깨워 준다"면서 "100만년 가까이 수렵채집하던 인간의 본성이 문명과 지구를 스스로 파괴하는 위협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 등 각종 환경 파괴가 비가역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크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유일하게 남은 희망은 우리가 다음 생명을 위해 지구를 지키고, 깨끗하게 보존하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앤 드루얀 코스모스 스튜디오 CEO가 제30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 `비욘드 그래비티` 프로젝트 팀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설명앤 드루얀 코스모스 스튜디오 CEO가 제30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 `비욘드 그래비티` 프로젝트 팀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구를 더 잘 보존하기 위해서 우주 탐사는 가치가 크다고 드루얀 CEO는 말한다. 로봇을 최대한 우주에 보내 탐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지구를 더 잘 알게되고, 의도치 않은 파급효과들이 인간을 이롭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모두 역사가 50억년에 달하는 지구의 시민이다"라며 "이기심과 민족주의 등 각자가 가진 내면의 벽을 과학의 힘으로 무너뜨리고 우리 자신과 다른 생명, 지구를 소중히 대하는 성숙한 세계시민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유인 우주탐사, 특히 최근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유인 화성 탐사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드루얀 CEO는 "일단 유인 우주탐사는 인간에게 위험하며, 지구를 기후 재앙으로부터 안전한 상태로 되돌리기 전까진 유인 우주탐사를 부르짖을 자격이 없다"면서 "우주탐사는 어느 한 억만장자의 변덕이나 19세기 `강도남작`(robber baron) 같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에 의해 결정되선 안되고 인류 모두를 위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 기업의 이윤창출 동기가 더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지만, 다른 인간이나 생명체들에게 희생과 고통을 요구한 경우가 지구 상에서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칼 세이건은 고고한 천재형 과학자와는 정반대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드루얀 CEO도 과학적 사고를 대중에게 널리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코스모스의 목표는 사람들이 여러 사실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 사고와 접근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면서 "즐거운 스토리를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야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과학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언으로는 기술과 국제협력, 기초교육과 성숙한 과학 생태계를 제시했다. 드루얀 CEO는 "한국이 이룩한 기술적 성과로 로봇 우주탐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고 국제 협력으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초교육으로 어린 학생들부터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동시에 과학계, 산업계, 정부간 활발한 소통과 열린 태도로 과학 커뮤니티를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사에 담지 못한 인터뷰 영상은 Beyond Gravity 웹페이지와 세계지식포럼 유튜브 채널의 `날리지스트림(Knowledge Stream)` 코너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최승진 기자 /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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