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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행성, 화성 개척의 시대[정우성의 미래과학 엿보기] - 동아일보

화성의 생명 흔적을 찾아 나선 로버(이동형 탐사로봇) 퍼시비어런스. 화성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며 지구에 보낼 첫 화성의 흙을 채취할 예정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밤하늘에 떠있는 타오르는 듯 붉은 화성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관심을 듬뿍 받아왔다. 지구와 가장 가깝고 비슷한 행성이어서다. 유달리 화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이 많다. 그래서인지 화성 탐사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달에 이어 화성에 사람의 발자국을 남기겠다는 도전이 활발하다. 이미 여러 대의 탐사선이 화성으로 가서 많은 사진을 지구에 보냈다. 지난달에는 탐사선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가 화성의 바람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 생명체 살기에 척박한 환경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만든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이 만들어지면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여행 시기도 좀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AP 뉴시스
고대에는 모든 물질이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걸로 여겼다. 물, 불, 바람과 흙이다. 화성에도 이 네 가지 원소가 빚어낸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오래 전 화성에도 물이 흘렀다는 증거를 찾아내고, 지금도 땅 속에는 많은 얼음이 묻혀 있다고 한다. 하지만 표면에는 북극과 남극에 거대한 드라이아이스 덩어리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화성의 물은 지구와 달리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원소가 되지 못한다.
화성이 붉은 건 흙에 철이 많기 때문이다. 호주의 사막이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가면 화성과 비슷한 붉은 땅을 만난다. 지표면에만 철이 있는 화성과 달리 지구에는 땅 속 깊숙한 곳에도 철이 많다. 특히 지구 속을 돌고 있는 액체 상태의 철이 자기장을 만든다. 태양에서는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나오는데,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이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하지만 화성의 흙은 거의 자기장을 만들지 않는다. 이렇게 약한 자기장으로는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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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은 화성 탐사 도중 사고 때문에 남게 된 우주비행사의 생존기를 그렸다. 이 우주인이 홀로 남게 된 이유는 화성을 휘몰아친 폭풍 때문인데, 실제 화성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비록 탐사선 ‘퍼시비어런스’가 화성의 바람 소리를 낚아챘지만, 지구와는 달리 아주 약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공기가 희박한 탓이다. 즉 화성에는 사람을 날려 버릴 만한 바람은 불지 않는다. 땅 속에도 철을 머금고 있는 지구는 무겁지만, 화성은 지구에 비해 너무나도 가볍다. 무거운 지구는, 많은 양의 공기를 끌어당겨 표면 근처에 잡아둔다. 산소호흡기 같은 게 없어도 숨을 쉴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화성의 가벼움은 공기뿐 아니라 물도 가두어두지 못한다. 지구에서의 바람은 에너지를 옮기는 역할도 한다. 따뜻한 적도의 에너지를 차가운 극지방으로 보내어 지구 곳곳의 에너지 순환을 돕는다. 하지만 화성의 바람은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높은 산에 올라가서 밥을 하면 설익는다. 기압이 낮아서 물이 낮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 정상보다도 훨씬 낮은 기압을 가진 화성에서는 우리의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물이 끓는다.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화성을 걷는다면 체온에 따뜻해진 몸속의 물이 끓어버린다.

○ 화성 우주기지 건설의 꿈

화성이 지구와 비슷한 것도 있다. 하루의 길이는 지구와 비슷하다. 지구와 화성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정도도 비슷하다. 비록 지구와 화성에서의 1년의 길이는 다르지만, 계절이 변하는 주기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푸른 지구의 붉은 석양과 달리, 붉은 화성의 석양은 푸른색이다. 이 또한 화성의 흙과 바람 때문이다. 가벼운 화성의 얇은 대기층에서는 파장이 짧은 푸른색의 빛만 산란한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화성에 우주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인류의 꿈을 꺾지는 못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화성에 수많은 탐사선을 보냈다. 수성이나 금성, 목성보다 훨씬 가까워서 탐사가 쉽기도 하지만, 언젠가 불의 행성에 우주 식민지를 만들겠다는 욕심도 있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화성 도시를 만드는 꿈을 가지고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 머스크는 2050년까지 인구 100만의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화성은 워낙 멀기 때문에 아무 때나 우주선을 보낼 수 없다. 지구와 화성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로켓을 쏘는데, 대략 2년마다 화성 탐사의 문이 열린다.

그동안 로켓은 일회용이었는데, ‘스페이스X’는 우주로 쏘아올린 로켓을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게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로켓 비용을 절약해 우주여행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 번만 쓸 수 있는 로켓은 편도여행만 가능하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은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화성에 우리가 숨쉴 산소는 없지만, 우주선 연료로 사용할 메탄은 구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니 화성으로 날아간 우주선이 다시 연료를 채우고 지구로 돌아오면 된다.

○ 우리가 꿈꾸며 만들 화성의 미래
퍼시비어런스는 우리가 화성에 갔을 때 위험한 것은 없을지 탐색한다. 퍼시비어런스는 드론(Ingenuity·독창성)도 한 대 싣고 갔다. 자기장이 없는 화성에서는 나침반을 사용할 수 없어 태양의 위치를 추적하여 길을 찾는다. 희박한 대기 탓에 드론은 더욱 가벼워져야 하고 프로펠러는 더욱 빨리 돌아야 한다. 이제 본격적인 화성 개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 화성에 발을 내딛는 최초의 인류를 볼지도 모른다. 화성에 마을을 만드는 것은 50년 혹은 10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지금은 실현 불가능한 꿈에 불과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로켓의 엔진에서 뿜어 나오는 힘찬 불줄기와 함께 불의 행성, 화성까지 한달음에 갈 것이다. 지금 화성의 물과 흙, 바람은 인류가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미래는 열려 있다. 화성의 미래는 현재의 우리가 꿈꾸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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